부족함의 아류들을 조심해라(3)

나는 산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여러 산을 올랐지만, 지리산만큼 내 마음을 빼앗아간 산은 없다. 노고단이나 뱀사골에서 등반을 시작해서 능선을 따라 천왕봉 장터목산장을 향해서 가다보면 세석평전이라는 곳에 이르게 된다. 세석평전은 우리나라에서 철쭉으로 가장 유명한곳이다. 5월이 되면 운동장 몇 배 크기의 고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철쭉을 바라보면 함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 아름다움을 글로 담아낼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철쭉이 피기 전에 똑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진달래이다. 진달래도 무척이나 운치 있고 아름다운 꽃이다. 하지만, 철쭉이 만들어내는 색감과 그 오묘한 자태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철쭉보다 먼저피어 세석평전을 장악하는 그 진달래만 바라보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와~ 진달래봐요. 어떻게 이렇게 많이 피었지... 너무 아름다워요...”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그 진달래 밑에 철쭉이 몽우리를 터트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쭉은 자기들이 받아야할 찬사를 진달래가 받고 있다고 해서, 질투심 때문에 일찍 몽우리를 터트리지 않는다. “나도 있다구요. 내가 더 아름답다니까요. 나  좀 보세요.” 라고 때를 앞당겨 자기의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진달래가 받아야할 찬사를 다 받을 때까지 철쭉은 자기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가, 진달래의 시절이 지나고 시들어질 무렵,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이 철쭉이 세상에 자기의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비경’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탄성은 자지러질듯하고, 그 아름다운 색깔은 오월의 계절보다 더 눈부시다. 철쭉이 자기의 때를 기다렸기 때문에 얻는 찬사인 것이다. 그래서 세석평전은 진달래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 피는 철쭉으로 더 유명한 곳이 된 것이다.


산의 정상에 서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냄새들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의 기슭에는 온갖 향기로운 냄새들로 가득하다. 나무박사 우종영씨가 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을 보면 산기슭의 나무들의 냄새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기슭에서 생강나무가 자기의 냄새를 거두기 전까지 산수유 열매는 자기의 냄새로 행인들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자기의 때를 기다려 생강나무의 시절이 갈 때를 기다렸다가, 그 향기가 사라질 즈음에 산수유는 자기의 향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법칙처럼 자기의 때를 기다려 몽우리를 터트리고, 냄새를 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고, 산속에서 언제나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산에 가는 길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즐겁게 되는 것이다. 


부족한 것이 아니다. 다른 것뿐이다. 너의 아름다움과 나의 아름다움이 엄연히 다르다. 그러기에 비교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그 아름다움의 꽃이 다른 계절에 피어난다. 같은 친구라도 너의 아름다움의 때와 나의 아름다움의 때가 다름을 알아야한다. 그래야, 너의 아름다움의 때에 내가 박수를 쳐줄 수 있고, 나의 아름다움의 때에 네가 박수를 쳐주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만물을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 

진달래의 때에 진달래에게 박수를 보내줄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한다. 그래야, 하나님이 우리를 철쭉으로 쓰신다.


겸손은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성품이며 선물이지만, 열등감은 겸손을 왜곡시킨 사탄의 모조품이다.

부족함이 겸손의 옷을 입는다면 여러분은 믿음의 영웅들처럼 쓰임받을것이다. 하지만, 부족함이 열등감으로 바뀐다면 하나님은 그 열등감이 치유되기 전까지 여러분을 쓰시지 않으실 것이다. 

이제 열등감의 옷을 벗고 겸손의 옷으로 갈아입자. 여러분의 때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느려도 좋다. 하지만 나태함은 안 된다.


느린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서점에 가면 느림의 미학을 주제로 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에 불어왔던 웰빙바람은 이제 슬로우문화로 발전되었다. 웰빙음식을 먹으려니 유기농을 찾게 된다. 유기농은 절대로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 순수 친환경 수제거름을 만들어서 재배를 한다. 그런, 고급 거름을 만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 때문에, 한 뿌리의 무나 배추를 제대로 된 유기농법으로 만들어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대인들이 웰빙푸드를 먹기 위해서 가져야할 마음자세는 느림을 인정하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전제되어야한다. 따라서 웰빙이 슬로우문화로 발전되는 것은 자연스서운 수순일 것이다. 

따라서, 웰빙이라는 말만 붙이면 날개 돋히듯 팔리던 책들이 이제는 느림이라는 주제로 바뀌어 출판되고 있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푸드', '슬로우 여행'까지, 느림의 미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빨리'이다. 그만큼 우리 한국은 빠르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해왔다. 우리민족에게 주신 장점이다. 하지만, 빠름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동반된다. 그 부작용으로는 성급한 이혼, 일중독, 그로인한 중년사망률 일위, 교통사고 1위, 쉬운 좌절로 인한 자살률 1위 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제는 쉼표를 찍으며 한발 한발 나가야할 때가 되었다. 걸어갈 수 있는 길은 걸어가는 여유를 가져야한다.